눈먼 자들의 도시 (Blindness)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를 보면서 소설을 읽을 때의 재미나 감동을 그대로 느낀 적이,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다. 너무 아쉽게도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한 내가 군대에서 한번, 제대 후에 또 한번 읽었을 만큼 정말 와닿았던 소설이었는데, 영화는 너무 평범했다. 소설의 이야기구조를 옮겨오는 것에 충실했을 뿐, 책 안에 담겨있던 의미까지는 담아내지 못했다. 아니, 그 이야기마저도 제대로 옮겨오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뭔가 어색하고, 또 낯설었다.
  아~ 내가 너무 진지하게 기대를 해서일까. 내가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장면들과 영화 속 장면들 사이에 괴리감 때문일까. 소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체가 또 하나의 재미 요소였기 때문일까.  
  그 이유야 어쨌든간에, 영화 <눈 먼자들의 도시>는 읽다가 덮어버린 소설 <눈 뜬자들의 도시>만큼이나 실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