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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 El Laberinto Del Fauno)

NLF 2007. 2. 13. 00:49

(스포일러 살짝~)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에 많은 사람들은 해리포터와 비슷한 부류의 판타지영화일 거라 생각했다. 광고가 그러했고, 포스터도 그런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난 후 많은 사람들은, 흔히 하는 말로 낚였다고들 했다. 판의 미로는 절대 해리포터같은 판타지영화가 아니었다. 그 대신 누군가 말하길, 이 영화는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라 했는데, 이 단어에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이 영화를 다 보고난 후의 첫 느낌은 '오필리아가 정말 불쌍하다'이다.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엄마밖에 없는 전쟁터에서, 잔혹한 군인인 새아버지와 점점 허약해지는 어머니 사이에서 얼마나 외로웠을지... (물론, 메르세데스가 있었지만) 그런 상황에서 오필리아는 동화 속에서 읽은 것들을 현실로 받아들였고, 영화 속에 나오는 판타지요소들은 오필리아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마지막에 죽음을 맞이하면서까지도 오필리아는 자신이 끝까지 지하세계의 공주라고 생각했고 결국은 지하왕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행복한 죽음을 맞는다.
  근데 영화를 다 보고나서도 뭔가 여운이 남는다. 해피엔딩으로, 오필리아가 정말 지하왕국의 공주가 아니었을까하는 의문이 머리 속을 맴돈다. 그저 오필리아의 상상이었다고 하기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신비한 것들이 실제의 것들에도 영향을 미치니까.. 예를 들면, 판이 준 나무-이름을 까먹었다-를 어머니 침대아래에 놓아두었더니 정말로 어머니의 병이 나아졌다던지하는...
  뭐, 그렇다고 해피엔딩이냐, 배드엔딩이냐를 두고 나 스스로에게 따지기는 싫다. 뭔가 여운이 남는 좋은 영화 하나를 보았다는 것에 만족하니까.. 내 주변에서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면 한번쯤은 봐도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p.s 끝으로 한가지 불만사항은 하나 얘기하자면, 보면서 눈살이 찌부려지는 잔인한 장면들을 굳이 넣어야했을까.. 솔직히 좀.... 너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