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지방에서 온 선교사

NLF 2007. 10. 13. 10:28
  몇주 전의 일이다.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여느 때처럼 귀에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들으며 출입문 근처에 서서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내 옆으로 다가와 나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혹시 아는 사람인가 싶어서 쳐다보았지만, 분명히 모르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나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 사람이 뭐라고 말을 하는 듯 하여 내심 의아해하면서도 귀에 꼽았던 이어폰을 빼고 다시 한번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 사람이 건넨 첫마디는,
  "안녕하세요, 저는 지방에서 온 선교사인데요," 였다.
  나는 '선교사'라는 말을 듣자마자, 즉각적으로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바로 손사래를 치며,
  "됐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이어폰을 다시 귀에 꼽았다. 내 태도를 본 그 사람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서 건너편의 다른 남자에게 다가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내게 말을 건넨 그 순간에는 '선교사'라는 단어에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다른 남자와 어떤 대화를 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어폰을 빼서 대화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안중에서 이미 벗어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어디로 갔는지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그 일을 돌이켜보니, '선교사'가 아닌 '지방에서 온'이라는 말에 더 집중했어야되지 않았을까, 다시말해 '지방에서 와서 길을 잘 모르니 길을 물어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런 것이었다면 내가 실수를 한 것이고, 결례를 범한 것이다. 다행히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선교'가 목적이었다면 좋겠지만, 이제와서 그것을 확인할 길이 없으니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하기만 하다. 당연히 사과같은 것을 할 기회는 없을테니 더욱 그렇다.

p.s 노파심에 하는 말입니다. 저는 무교입니다. 이 글은 특정종교를 비난하려는 의도를 가진 글이 아닙니다.